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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독립영화 추천 뷰티풀데이즈, 새벽에 볼만한 잔잔한 영화

선숭 2020. 12. 3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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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 새벽에 잠은 안 오고 머리아픈 영화나 긴 드라마는 보고싶지 않아서. 넷플릭스 내가 찜한 콘텐츠 카테고리를 구경하다가 언제 해둔지 모르겠는 뷰티풀데이즈를 발견했다. 

이나영 장동윤 주연의 영화. 독립영화인줄은 모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내 취향에 들어맞았다. 최근에 독립영화에 빠졌기도 했다. 이달에 했던 서울독립영화제 관람도 하려고 예매까지 했는데 이시국이 심해지는 바람에 취소했던 눈물나는 사연도 있다.

 

이 영화에 대한 첫인상은 이랬다. 독립영화 재질인데 자본주의 냄새가 살짝 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접한 소식. 이나영 배우가 영화 완성도 높이는 데 써달라며 출연료를 받지 않고 노개런티로 촬영한 것. 이 시점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이나영 배우가 거의 다 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출이 뚝뚝 끊겨서 별로라는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불친절한 연출 굉장히 좋아한다. 독립영화 특유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불친절하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흐름. 그래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영화.

 

 

일단 스포 없는 줄거리부터 시작.

 

젠첸(장동윤)과 아버지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젠첸은 대학생, 아버지는 시한부이며 조모, 조부,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배경은 중국. 젠첸 부도 중국인이다. 엄마(이나영)는 십여년 전 한국으로 도망쳐 새로운 남자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젠첸이 엄마를 찾아 떠나고 엄마의 과거가 드러나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솔직히 초반은 좀 지루해서 계속 시간 바를 만지작댔는데 뒤에 이나영 배우 서사 나오고부터는 재밌어짐.

이제부터 스포 있을 예정이다.

 

스포있을 예정 주의

 


 

젠첸 엄마는 탈북여성이다. 탈북하느라 빚을 너무 많이 지는 바람에(사실인지는 모름) 황사장이란 사람한테 붙들려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안타까운 탈북 여성의 현실을 대변하는 장면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너무 슬프고 믿기 힘들지만. 내가 보는 세상만이 진실은 아니란 걸 알기에.

처음은 중국인 중년 남성에게 어린 나이에 팔려가게 된다. 1년을 버티면 황사장이 빼내서 이런저런 열악한 일을 시켜 뽑아먹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낳은 게 젠첸.

반항도 해봤으나 니가 갈래? 아니면 니 아들 보낼래? 협박하는 황사장에 젠첸 엄마는 결국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엄마의 사랑도 모르고 투덜대는 젠첸.

 

그러다 젠첸 아빠가 갑자기 나타나서 황사장을 죽인다. 미수였나 아무튼 결론적으론 죽음. 그래서 젠첸 엄마는 도망가서 한국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왠지 껄렁해보이는 남자랑 사는데 술집 사장인 것 같음. 그래서 자연히 젠첸 엄마도 술집에서 일을 한다. 관리자인 것 같았음.

 

 

줄거리 너무 단촐하게 요약해서 되게 별 거 없네? 싶을 수도 있지만 젠첸 엄마의 삶은 정말 정말로 녹록치 않았다. 녹록치 않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런 와중에도 젠첸 엄마는 젠첸의 집에 돈을 십여년간 꾸준히 보냈다. 이 점에서 미루어보아 젠첸 엄마는 마음 한켠으로 젠첸을 계속 보고싶어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말은 된장찌개를 우걱우걱 퍼먹는 젠첸으로 끝난다. 된장찌개는 이 영화에서 하나의 메타포다. 엄마에 대한 젠첸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가 맛이 없다며 숟가락을 놓아버리는 젠첸의 모습이 초반에 한 번, 중반에 한 번 나온다. 각각 성인과 어린이의 시기이다. 그런데 엄마의 사연을 알고난 후 더 자라버린 젠첸은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를 우걱우걱 먹는다. 볼이 터져라 입에 욱여넣는다. 한마디로 엄마를 너무나도 용서했고 엄마의 사랑을 잘 알았고 고맙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한부였던 아빠는 죽는다. 젠첸은 조모에게 아빠가 행복했었느냐 묻는다. 하지만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결말이 좋았다.

연출상 행복했음을 내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개인적으론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은 느낌. 뭐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이렇게 줄거리에 대한 얘기는 끝. 이제 연출에 대한 내 느낌을 말해보고자 한다. 그저 영화 자체를 좋아하는 관람객 입장에서.

 

영화 연출상 좋았던 것. 초반에 나오는 일렁이는 조명. 불친절한 연결. 장면 장면마다의 긴 침묵. 그리고 젠첸과 젠첸 엄마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최소한으로 등장했다는 점. 아, 그리고 주연 배우들 얼굴도. 젠첸에 장동윤 배우, 젠첸 엄마에 이나영 배우. 너무 잘 어울렸고 연출 자체도 얼굴이 잘 나오게 신경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초반에 애티가 철철 나는 장동윤 배우, 삶의 고단함을 직격타로 맞은 표정의 이나영 배우. 굿!

별다른 대화 없이 극을 이끌어가는 연출도 좋았다. 다소 잔잔해서 낮에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조용할 때 보면 좋다. 침묵도 대화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별로였던 점은. 으슥하고 어둔 골목 여성의 뒤를 따라가는 남성 이라는 연출이 두 번이나 나온 것. 불필요하고 폭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극중 이름은 젠첸 한 명만 설정을 하고 나머지는 젠첸 모, 젠첸 부. 이런 식으로 명명했는데,  젠첸 엄마 정도는 이름이 있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 

뷰티풀데이즈라는 영화 자체가 젠첸 엄마의 서사 그 자체인건데. 마지막에라도 이름을 알려줬음 좋았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이름도 생각해봤는데 미란 ㅎ 약간 촌티나면서도 좀 잘 어울리는 것 같음ㅋㅋㅋ 아 저 이름 그 쇼미더머니 래퍼 분 이름인가 아무튼.

 

아 그리고 현재 젠첸 엄마가 꼭 술집에서 일해야 했나. 젠첸이 더러운년 이란 욕을 해서 엄마에게 대못 박는 씬을 넣어야 해서 그런 결정을 한 건가? 정말 피치 못한 설정이었는가. 의문이 드는 부분. 뭐 딱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긴 하다. 다른 직업을 썼으면 서사가 약간 바뀌어야 했을지도.

 

아무튼 새벽에 볼만한 영화 뷰티풀데이즈!

다 보고나니 제목은 마치 운수좋은날 처럼 역설적 표현이었단 것을 깨닫게되는..

독립영화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아 젠첸 초반의 만취 연기는.. 보다가 공감성 수치심에 내 손발에 땀이 다 났다.. 그부분만 빼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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